13일 오전 인천시 중구 공항철도 운서역 광장. 한쪽에 유독 사람이 많이 몰려 있다. ‘공항철도 운서역 환승 할인 시행 요구’를 위한 주민 서명을 받는 곳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명부에 이름을 적었다. 곳곳에 ‘통합환승 할인 영종·용유 즉각 시행하라’고 적힌 현수막도 바람에 나부꼈다. 서명운동과 현수막 부착은 지난달 말부터 영종도 주민들이 시작한 것이다. 한 정거장 차이인데 서구 청라국제도시 주민들보다 공항철도 요금을 1400원이나 더 내야 하는 것에 대한 항의다.
주민들 환승 할인 요구 서명운동
수도권 통합환승 청라까지만 적용
할인 연장하려면 연 150억원 필요
인천시 중구 영종도 주민들이 화가 났다. 공항철도를 이용할 때 비싼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규찬 인천아파트연합회 중구지회장은 “같은 인천, 같은 노선인데도 서울역에서 청라국제도시역까지는 1850원인데 다음 역인 운서역은 3250원을 낸다”며 “이는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 12월 공항철도(서울역~인천국제공항역·58㎞) 2단계 개통 당시 국토교통부는 서울역~운서역(51㎞)의 요금을 3100원으로 책정했다. 바로 앞의 검암역(1400원)보다 1700원이나 비쌌다. 이어 2014년 검암역과 운서역 사이에 생긴 청라국제도시역의 요금도 운서역보다 쌌다. 현재 서울역~청라국제도시역(37.3㎞)까지의 구간 요금은 1850원. 그러나 운서역에서 내리면 3250원을 내야 한다.
이유는 수도권 환승 할인 때문이다. 통합환승 구간인 서울역~청라국제도시역은 기본 구간(10㎞) 이후 10~50㎞까지는 5㎞마다 100원, 50㎞ 초과 때는 8㎞마다 100원의 추가 운임이 붙는다. 하지만 청라역~인천공항역은 독립운임 구간이라 10㎞ 초과 시 1㎞당 130원씩 요금이 올라간다. 국토부 관계자는 “ 운서역 이후부터는 승객이 적어 독립 구간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영종도 주민들의 경우 공항철도를 제외하면 서울로 가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해도 인천대교의 편도 통행료가 6200원(소형차 기준)에 이르는 등 부담이 크다.
영종도 주민들은 ‘수도권 환승 할인을 운서역까지 확대하라’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도 최근 국토부에 ‘공항철도 환승 할인을 운서역까지 확대해 달라’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시의회 김정헌 의원은 “현재 전체 영종도 주민(6만3000명)의 8%인 5000여 명 정도가 매일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한다”며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청라 주민보다 연간 67만2000원을 더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5000명을 목표로 시작한 주민 서명이 10일도 안 돼 8000명을 돌파했다.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을 국가권익위에 제소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인천시와 국토부는 서로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공항철도가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만큼 환승 할인이 운서역까지 적용되면 연간 100억~150억원 정도의 재정보조금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도 인천시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공항철도 요금을 검토하도록 시에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인천시는 “요금결정권을 가진 국토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영종 지역도 환승 할인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