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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섬을 걷고싶다-장봉도] 때로 불편함조차도 그 섬에선 감미롭다
    영종도소식 2014. 7. 7. 10:23

     

     

    [그 섬을 걷고싶다-장봉도]

    때로 불편함조차도 그 섬에선 감미롭다

    서 쪽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천천히 고도를 낮춘다. 바다 위에 길게 뻗어 있던 섬 하나를 가로지르자 곧바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가 나타난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가 처음으로 만나는 우리 땅이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그리던 고향의 첫 관문이다.

    동서 방면으로 길게 뻗어 있는 장봉도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주변 신도·모도·시도와 함께 옹진군 북도면을 이룬다. 나머지 세 섬이 서로 다리로 이어진 것과 달리, 장봉도는 홀로 떨어져 있다.

    장봉도는 해안 길이 26.9㎞, 면적 6.67㎢에 인구 1000여 명이 사는 산촌 지형이다. 그러나 주말이면 이곳은 당일 코스로 트레킹을 즐기려는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길게 뻗은 섬 지형은 그 자체로 능선이다. 섬 동쪽 독바위에서 섬 중앙 국사봉까지 2시간(3.6㎞), 국사봉에서 섬 서쪽 끝 가막머리(감악머리)까지 2시간30분(4.5㎞)이면 섬 전체를 가로지를 수 있다. 장봉도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이 해발 151m에 불과해, 산책하듯 숲을 즐길 수 있다. 능선에서는 오감이 즐겁다. 바닷가에서 산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솔잎 향이 묻어 있고, 발아래 해변에서는 파도 소리가 가늘게 흘러 올라온다. 험준한 산행보다 가벼운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장봉도 산행의 진짜 묘미는 바다 구경이다. 정확히는 ‘바다가 사라진 바다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장봉도 인근 바다는 물이 빠지면 수평선 너머까지 갯벌이 펼쳐진다. 장봉도는 대표적인 자연습지다. 2003년, 해양수산부에 의해 장봉도와 인근 지역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습지로 연결된 인근 무인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가 서식하고 있다. 봄이면 장봉도 주민들이 ‘갯둘레기’라고 부르는 중부리도요새도 찾아온다. 갯벌이 넓어 관광객도 호미만 가지고 조개를 채취할 수 있다. 해수욕장 인근에는 갯우렁이·갯지렁이가 풍부하고, 모시조개·동죽·바지락이 널려 있다.

    장봉도와 멀곳을 잇는 멀곳잔교

    원래 장봉도 인근 만도리 어장은 연평·대청 어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장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해류가 바뀌었고, 김 양식장도 줄어들어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지금은 옹암선착장 입구에 있는 ‘인어상’만이 풍족했던 옛 시절을 대변해준다. 옛날 장봉도에 살던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측은하게 여겨 풀어주었는데, 나중에 그 인근에서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전설이 이어져온다.

    가족 여행객 위한 ‘팜스테이’ 농장 인기

    그러나 장봉도에 쓸쓸함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산악 트레킹 코스가 유명해지면서 당일치기, 1박2일 가족 여행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팜스테이’ 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농가 민박집에서 숙박하며 농촌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다. 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고구마와 고추를 심거나, 딸기를 수확해볼 수 있고, 해안 갯벌에서 조개류를 수확하며 자연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섬 전체가 걸어서 움직이기에 알맞은 넓이라서 천천히 걸으며 가족 간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풀하우스> <슬픈 연가>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인근 신도·시도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편이라 소란스럽지 않게 섬을 즐길 수 있다.

    섬 서쪽 가막머리까지 능선을 따라 걷고, 인근 장봉4리에 내려와 버스로 옹암선착장까지 돌아오는 길이 당일치기 정석 코스다. 최근에는 남쪽 해안 둘레길도 개장해 걷는 여행길이 늘었다. 가막머리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는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마을 남쪽 ‘건어장해변’에 있는 슈퍼마켓까지 내려와야 컵라면과 주전부리를 구할 수 있다. 최근 해변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업소와 펜션이 하나둘 늘고 있지만, 장봉도는 아직 ‘섬다운 섬’의 면모를 잃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어느 정도 예의가 필요하다.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 예의만 갖춘다면,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찾고 싶은 섬’이 될 것이다. ●

    장봉도 산악트레일

    연인들은 ‘5시 무렵’ 기억하세요
    배 편)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삼목선착장으로 가면 장봉도행 배를 탈 수 있다. 세종해운(032-884-4155)에서 오전 7시10분부터 오후 6시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장봉도에서는 07:00~18:00, 1시간 간격). 40분 소요, 6000원. 인천시민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뱃삯을 할인해준다. 요금은 장봉도에서 영종도로 돌아올 때 내면 된다. 배 시간에 맞춰 섬 안에 버스 한 대가 장봉1리 옹암선착장에서 장봉4리 건어장해변까지 운행한다.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오후 5시 무렵에는 버스를 타야 마지막 배로 돌아올 수 있다.
    먹을거리) 해수욕장 인근 식당이나 장봉2리 읍내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섬 서쪽 가막머리로 올라가는 길에는 슈퍼마켓도 찾기 어렵다. 장봉4리 건어장해변 인근 슈퍼마켓에서 컵라면과 간단한 주전부리를 챙길 수 있다.
    ※ 팜스테이 체험이 가능한 농장은 조합 홈페이지(www.jbfarmstay.c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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