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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승률 16%로 바닥권… 인천공항 이대로 가면 '무늬만 동북아 허브'
    부동산뉴스,소식 2013. 1. 15. 11:30

     

    [이충일 도시문제전문기자 심층 리포트]
    개항 12주년 인천국제공항의 불편한 진실

    1996년 취재를 위해 북유럽의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로 갔었다. 김포공항에서 KLM을 타고 네덜란드 스키폴(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갈아탔고, 돌아올 때도 스키폴을 경유했다. 많은 항공기가 숱한 환승객을 싣고 뜨고 내리는 허브공항에서 김포공항의 왜소함을 실감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은 나라가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능가하는 수준의 거대 공항을 가진 비결이 무얼까. 얼마 뒤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다는 소식에 '잘한 일 같다'고 생각했다. 스키폴에서의 경험만으로도 네덜란드는 강한 나라로 인식됐던 모양이다.

    내국인·직항객·국적기에 의존… 5년간 성장률 11%
    "공항운영전문사 불러들여 항공마케팅 강화할 필요"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3월 개항 12주년을 맞는다. 개항 이듬해부터 작년까지 10년간 국제선 여객은 86%, 화물은 44% 성장했다. 기대보다 신통찮다고 여길 수도 있고, 근래 거듭된 국제경기 부침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심히 따져보자. 인천공항의 위상을 설명해온 세 가지는 국제여객 8위, 화물 2위, 그리고 공항서비스운영평가 7년 연속 1위다. 국제여객은 영국 히스로 공항이 1위다. 아시아에선 홍콩(3위)과 싱가포르(7위)가 인천공항에 앞서 있고, 일본 나리타 공항이 9위다. 화물 세계 1위는 홍콩이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는 스스로 '규모와 처리량에서 세계 평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최고 공항의 하나라고 여겨온 대부분 국민으로선 조금 당황할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 동력은 내국인, 직항객, 그리고 국적기(대한항공과 아시아나)다. '표준 승객'이 '직항 국적기를 타는 한국인'인 셈이다. 유럽·미국·일본 등의 경우 대형 공항이 즐비해 이용객과 화물이 분산되는 반면, 인구 5000만 한국은 70% 이상이 인천공항에 의존하는 탓이다.

    인천공항은 개항 때나 요즘이나 외국인 승객 비율, 외항사 운항률, 환승률 모두 뚜렷한 진화가 없었다. 성장이 꾸준했던 것도 아니다. 2008~ 2009년 운항량·국제여객·화물 모두 연속 하락했고, 화물은 2011년에도 줄었다. 고유가와 금융위기 영향이 컸다. 결국 2007년 이후 5년간 운항량과 여객 모두 11% 증가에 그쳤고, 화물은 감소했다.

    주목할 것은 허브화의 실질 지표인 환승률이다. 현재 16%로 세계 10대 공항 가운데 가장 낮다. 개항 이듬해엔 12%였다. 경쟁력 있는 공항은 30~40%에 이른다. 범위를 20대 공항으로 확대해도 15위에 불과하다. 선두인 서비스 운영평가도 의미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출입국과 화물 처리의 신속성, 편의시설과 청결 및 직원 친절도 등을 따지는 것이므로 항공계에서의 실질 지위와는 별 관계없다.

     

    아직 절반의 완성… 활주로 2개·터미널 증설에 최소 10조원 필요

    인천공항은 늘 공사 중이다. 마스터플랜을 기준으로 하면 절반이 끝났을 뿐이다. 앞으로 제2여객터미널을 건설하고, 현재 세 개인 활주로는 두 개를 추가한다. 화물터미널도 대폭 늘린다. 제4활주로는 제3활주로 서쪽에, 제5활주로는 동쪽 골프장 '스카이 72'를 없애고 만든다. 원래 계획이 그렇다. 문제는 자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1~2단계 사업 때 정부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성실히 갚아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궤도에 오르는 3단계 사업을 위해 5조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3조원은 정부 지원을 받거나 빌려야 한다. 제2여객터미널로 향할 도로를 놓고, 공항철도도 연장 건설하기 때문이다. 활주로 두 개를 증설하고 화물터미널도 늘리는 마지막 단계까지 합치면 최소 10조원 넘게 필요하다.

    공항 주변에는 '에어시티'도 건설된다. 올해부터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비즈니스·쇼핑·레저·엔터테인먼트·물류를 포괄한 복합도시로, 여객과 화물이 집결하는 국제공항의 특성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핵심은 3가지다. 복합레저단지인 '판타지 월드', 아시아 패션 메카를 겨냥한 '패션 아일랜드', 수상레포츠 시설인 '워터파크'다. 총 7조원에 이르는 건설과 운영은 민간에 맡기되 소유권은 공사가 갖고 사용료를 받는다.

     

     

    세계 50위권 공항 70%가 앞다퉈 민영화·지분매각
    한국은 '국부유출·서비스저하' 부정적 여론에 공전

     

     

     

     

     

     

     

     

     

     

     

     

     

     

     

     

     

     

    이런 '불편한 진실'에도 불구, 인천공항의 성과를 폄하할 순 없다. 난관 속에서 이뤄낸 성공적 개항, 연평균 7% 성장, 흑자 경영 등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제 핵심은 애초 목표인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클 수 있는가, 그러려면 무얼 해야 하는가이다. 공항은 SOC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국제적 경쟁시설이다. 국가 이미지 향상과 경제 성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

    인천공항공사는 2009년 매킨지앤컴퍼니에 의뢰해 경영컨설팅을 받았다. 결론은 성장세 둔화 우려다. 장기 침체 국면인 경기, 동남아 저가항공사 붐, 시설 노후화가 빚을 서비스 악화, 베이징·상하이 같은 중국 공항의 대대적 확대와 가격 인하 경쟁 때문이다. 매킨지는 "이대로 안주한다면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현재 위상을 잃어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전부터 법으로 민영화 대상이었다. 주식을 상장해 건설 재원을 보충하고,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국제적 전문공항운영사와의 제휴를 통해 허브화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모두 민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열악한 재무구조'와 '예상 공모가 저조' 등을 이유로 미뤄졌다. 현 정부 역시 초반부터 개편에 착수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일부 언론·정치권·네티즌 공격에 밀려 지지부진한 채 정권 이양을 앞두고 있다. 주로 '헐값 매각' '국부 유출' '사용료 인상' '서비스 저하' 우려가 제기됐고, 심지어 '인천공항 판 돈으로 4대강 사업을 하려는 것' 혹은 '정권 실세와 특정 해외투자사의 짜고 치기'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여러 오해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부정적 여론만 확대 재생산돼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리된 정부안은 민영화 대신 지분 49%를 매각하는 것이다. 먼저 15%를 국내 주식시장에 공개하고 이후 전략적 제휴사 등에게 최대 34%를 추가 매각한다. 지휘권은 여전히 국가가 가지면서 허브화를 촉진할 자금과 운영기법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특혜 시비나 경영 개입 우려를 없애기 위해 외국인은 다 합쳐서 30%만 보유 가능하고, 특정 항공사 지분도 5%로 제한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명 항공정책·기술본부장은 "한국 취항에 별 관심 없는 미국 AA·델타·유나이티드나 유럽의 BA·KLM 같은 메이저 캐리어들이 인천공항을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하게 하려면 국제 경험이 많고 영향력 있는 공항운영전문사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항공 마케팅을 강화하고 환승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최선책이란 것이다.

    세계 50위권 공항 가운데 70%가 민영화 혹은 지분매각을 마쳤거나 추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이광수 기조실장은 "논의의 초점인 '왜', 즉 지분 매각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인식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인천공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일을 위한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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